논마루에 펼쳐진 이구동성 작은 음악회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입력 : 2015/07/09 [22:17]
지난 6일 모처럼 따끈했던 한낮의 햇살도 어느덧 힘을 잃어 갈 무렵, 논현동 논마루(*주: 논현동의 언덕 일대를 칭하던 지명)에 위치한 연세에스병원 하늘정원에서 한여름 밤의 낭만이 펼쳐졌다. 이구동성 합창단이 힐링을 위해 개최한 작은 음악회였다.

굳이 연주회 장소를 병원으로 정한 것은 메르스로 인해 지나치리만치 위축되었던 심리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러한 시도는 연세에스병원이 종합병원 형태가 아닌 림프부종과 하지정맥류로 특화된 전문 병원으로서 메르스 청정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 이구동성 합창단원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이구동성은 지휘자를 비롯해 단원들 모두가 경동고 29회 동창생들로 구성된 로맨스 그레이 합창단이다. 졸업한지 40년도 넘었지만 이들의 해맑은 표정에서는 세월의 풍상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내 나이가 어때서' 하고 노래하는 듯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김지호 단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구동성의 표어는 우정 사랑 힐링 봉사"이라고 밝히고, "모교가 꽃이라면 이구동성은 우·사·힐·봉의 향기를 나르는 나비"라고 비유했다. 이어서 사회자가 "이구동성은 고 품격 경동 문화창달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며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이구동성 헌장을 읽어 내려 갈 때 장내에는 순간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학창 시절에 달달 외었던 국민교육헌장의 판박이임을 알아차리고는 엷은 미소가 번졌다. 

음악회는 1부의 연주회와 2부의 싱어롱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 합창하는 이구동성 단원     ©런던타임즈 LONDONTIMES
 
1부의 합창은 차정호 지휘자가 남성 3부 곡으로 편곡한 '내 맘의 강물', '새 몽금포 타령', 'Love is blue', 'J에게', '우정의 노래'를 19명의 단원들이 양서진 피아니스트의 반주로 합창했다. 거의 프로에 가까운 수준을 보여준 Love is blue', 'J에게'를 합창할 때는 청중들이 특히 열광하며 환호했다. 차정호 지휘자는 성가대와 파주 글로리아 색소폰 앙상블을 지휘하고 있는 30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현직은 카톨릭대학교 의대 해부학 교수신분이다. 양서진 반주자는 성신여대 기악과를 수석으로 입학해 피아노를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음악치료학과를 졸업한 수재 피아니스트이다.

특별순서로서 이범호 단원의 부인인 조귀현님이 '쇼팽의 녹턴'을 플루트의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했고, 차정호 지휘자가 'My heart will go' 와 'Lacumparsita' 두 곡을 색포폰으로 능숙한 솜씨로 흥겹게 연주했다. 박흥수 단원은 그리운 금강산을 독창으로 혼심을 다하듯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3부 싱어롱은 장한영 단원의 섬집아기 아코디언으로 연주로 흥을 돋운 후 단원들이 한 곡씩 리드하면서 분위기를 살려 나갔다. 특히 인기를 끈 이는 초대 해외 파병부대인 상록수부대장을 지냈던 예비역 대령인 최광연 단원이다. 그런 그가 친구와 어깨동무하며 '울고 넘는 박달재' 를 흥겹게 불러 젖힐 때는 마치 아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 왼쪽 위 강영식 단원, 오른쪽 위 전경수 단원, 왼쪽 아래 심영기 단원, 오른쪽 아래 김지호 단장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3부의 하이라이트는 로맨스 훈남들의 세레나데(?) 무대였다. 강영식 단원은 꽃을 먼저 받고 부르게 해달라고 너스레를 부리더니 아내가 준비한 꽃을 들고 나오자 '고향의 노래'를 풍부한 음량으로 멋지게 불러 감동을 주었다. 또 총무를 맡고 있는 전경수 단원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꽃다발을 바치면서 부드럽고 낮은 톤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싱어롱을 위해 일렉트릭 기타를 반주하며 숨길 수 없었던 끼를 발산한 이는 다름아닌 이 병원의 원장인 심영기 단원이다. 그의 지론은 음악이 곧 약이라면서 매일 조금씩 생성되는 암세포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가 피날레로 이 병원의 피부과를 책임지고 있는 동료이자 아내에게 존 레논의 'Love' 를 열창하며 바치는 액션에서 로맨스 그레이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예정에는 없었으나 마지막에 한곡 하라는 권유에 불려 나와 '작별'을 노래한 김지호 단장은 "많이 늘었다"는 짓궂은 칭찬에 겸연쩍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 호응하느 청중들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한여름 밤에 펼친 이구동성의 작은 날갯짓에 청중들은 환호했고 웃음꽃이 만발한 행복한 연주회였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순간도 있었으나, 사회를 맡은 정희종 단원 특유의 재치와 위트가 장내를 웃음바다로 바꾸어 놓았다.

▲ 정희종 사회자     ©런던타임즈
 그는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포스코에서 30년 이상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러나 아마추어답지 않게 원만한 진행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맡은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 단원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까까머리 때부터 쌓아 온 사나이들의 우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견고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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