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국가 스코틀랜드, 가능할까?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4/09/03 [11:08]

영국연합왕국의 존폐가걸린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9월 18일 스코틀랜드전역에서 독립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찬반여론이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오차범위에 근접하면서, 연합왕국은 통합 300년 만에 분열해 중소국으로 전락하는 최악의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투표 결과가 독립반대로 나타난다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주민투표를 허용해 독립 움직임을 공식적으로 잠재운 캐머런총리의 정공법은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2년말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알렉스 새먼드 제1장관과의 합의 당시엔30%에 불과하던 찬성여론이 위험수위에 육박하면서 불확실해진 연합왕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에 영국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있다. 영국 특유의 신중함으로 결과를 섣불리 예단한 비난의 목소리는 수면 아래에 있지만, 결과가 찬성으로 나온다면 캐머런 수상의 정치적 입지는 곤경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BBC와의 대담에서 “주민투표가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가 아니므로 찬성으로 나와도 총리직을 사임할 의사는 없다”며 책임론과 선을 그었다. 그 누구보다도 더 심각한 우려의 시각으로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주체는 영국 왕실이라고 할 수 있다. 70년대 노동당 정부시절 스코틀랜드의자치권 확대 허용에 대해서조차 "본인은 통합왕국의 왕에 즉위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던 여왕에게 스코틀랜드 독립은 악몽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스코틀랜드 독립 이슈를 놓고 노회한 정치력을 보여온 새먼드 제1장관은꽃놀이 패를 쥔 형국이다. 분리독립이 실현될 경우 스코틀랜드 독립국의 초대 총리가 확실시 되고, 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온다 해도 주민투표 찬반 캠패인을 통해 독립국가에 버금가는 자치권과 혜택을 중앙정부로부터얻어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보수-자민-노동 3당의 당수들은 유권자들이 독립반대를 선택하면 스코틀랜드에 대폭확대된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는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재정권과 사회보장에 대한 스코틀랜드 의회의 권한을강화해 내년 총선 이후부터 신속하게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먼드 제1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케케묵고 모호한 약속의 재탕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독립을 저지할 압박의 수단은?

 

스코틀랜드는 독립 후에도 파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통화동맹을 원하고 있다. 신생국가통화로는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워 부동산, 연금 등 자산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하고 주 교역국이 될 영국과의교역에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정부는 독립국가 스코틀랜드의 파운드 사용은 불가하다는 단호한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운드 통화연합의 멤버들인 잉글랜드, 웨일즈및 북아일랜드가 왜 떨어져 나간 스코틀랜드의 위험을 분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영국 3개 정당의 영국통합파 의원들로 구성된 스코틀랜드 위원회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통화동맹이 가능할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앵무새는 이미 죽었다, 유권자들에게 대안이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독립 스코틀랜드는 주민투표 합의시 약속한대로 영국 전체채무의 10%인 230억 파운드(약 41조원)를 영국에 즉시 상환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압박전술은 초기엔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저울질하고 하고 있는 부동층 공략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보인다. 독립반대 캠패인을 이끌고 있는 알리스터어 달링 대표와의 TV토론에서 알렉스 새먼드 제1장관은 “파운드는영국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 우리는 그것을 지키겠다”며, “반대진영이 모두에게 유익한 통화합의를 방해하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성토했다. 달링 대표는 스코틀랜드 통화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파운드를사용하지 못할 경우를 위해 대안으로 마련했다고 주장해 온 플랜B가 무엇인지를 밝히라”고 물고 늘어졌다. 토론에 대한 유권자 상대 여론 조사 결과는 플랜B에 대해 우물쭈물한 새먼드 제1장관의 판정패로 나타났다. 독립 스코틀랜드는 내심으로는 영국과의 통화동맹 보다는 EU에 가입해유로를 사용하고 싶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EU 신규회원국 가입은 기존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있어하는데영국이 용인해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독립 움직임의 본질은?

 

1702년 영국에 통합된 스코틀랜드는 1745년 챨스 에드웨드 왕자가 이끌었던 반란군이 쿨로덴 전투에서 대패했다. 잉글랜드군의 무자비한 피의 보복으로 수많은 하이랜드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통복장인 킬트 스커트 착용과 타탄무늬, 백파이프 등도 금지시켰었다. 스코틀랜드인들의 뿌리깊은반잉글랜드 정서가 이때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300년이흐른 지금 스코틀랜드의 독립시도가 이러한 반영 정서 때문만이라고는 볼 수 없다. 경제 이기주의가 실질적인본질이고 그 중심엔 스코틀랜드 해역에 위치한 북해 유전이 있다. 하지만 70년대부터 400억 배럴을 생산한 북해유전의 남은 매장량은 약 280억 배럴에 불과해 2018년에는 생산량이 현재보다 약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2013-2014 회계기간에 전년대비 30%정도 증가한 70억-80억 파운드어치의 원유를 채굴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지만 실제로는 40억파운에 그쳤다. 보수당을 비롯한 독립반대 진영은 주민투표를 의식한부풀리기가 아니었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독립의 대가는?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위해서 지불해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다. 영국전체 채무 중 스코틀랜드 몫인 230억 파운드(약 41조원)를 영국에 즉시 상환해야 한다.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독립국에서 새로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국민건강보험(NHS) 혜택과 연금 등에서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최근발표된 영국 재무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스코틀랜드의 전체 연간수출액 720억 파운드 중 510억 파운드가 영국 본토와의 교역인 것으로 나타나 통화동맹과 무관세협정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타격이 불가피한상황이다. 또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직업들이 열개 중 하나 꼴로 영국과의 교역에 연결되어 있어 직업 안정성에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무부는 “이러한 경제지표는 스코틀랜드의경제 성공을 위해서는 영국과의 국경 없는 교역이 필수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에 대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대변인은 “독립국 스코틀랜드는 여전히영국의 주 교역 파트너가 될 것이며, 오히려 무엇보다도 더 큰 위험은 영국정부가 실시하겠다고 하는 EU 탈퇴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라며 반박했다. EU내에서 예외적인 자율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영국은 프로 EU주의자인장 클로드 융커의 EU 집행위원장 선출에 반대하면서 그가 선출되면EU탈퇴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했으나, 독일, 프랑스등의 주도로 융커가 집행위원장에 내정됐다. 이래저래 영국은 주민투표로 인한 홍역을 단단히 치르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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