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과제를 잔뜩 남긴 2014 유럽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4/12/05 [23:18]

올해는 유럽이 정치, 경제, 사회 및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크게 휘청거린 한 해였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극우세력이 돌풍을 일으켰고 반이민 정서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주요국들의 갈등이 표출됐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정정 불안이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으로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내전상황으로 발전했다. 또한 중동지역 IS의 발호로 유럽국가들에 대한 테러가 실질적인 위협이되었다.

 

먼저 경제 문제를 볼 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기침체상황이아직도 확실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독일이 주변나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레 주도해온 긴축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달 유럽의회 금융위원회 증언에서 미국식 양적완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내년부터는 호전될 것이라는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는 “유로는 되돌릴 수 없는선택”이라며, “단일통화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든하겠다. 새로운 조치가 준비되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더 이상은 ECB의 요구를 무시할 수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경제상황도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독일경제는 지난 3분기에 0.1% 성장을 기록해 가까스로 리세션에서벗어났다. 메르켈 총리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는 드라기 총재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내년부터 유럽경제는나름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국 이기주의에 대한 적절한 보완장치가 마련되지않는 한, 정치통합 없이 이루어진 단일통화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극우돌풍과 깊어진 갈등의 골

 

올해 상반기에는 극우돌풍이 일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은 6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영국독립당(UKIP) 주도로 처음으로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며 유럽의회에 진출했다. 이는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EU가 동구권 국가들을 편입시키면서 동유럽 이민자들을 대거 몰려든 것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특히 반 EU정서가 팽배한 영국 및 프랑스의 보수정당들을 중심으로복지관광 논란이 불거지며 복지를 갉아먹는 이민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국은 이민자에대해 실업, 육아 수당 등을 축소하는 복지정책 수정과 무직자의 이주제한 등 이민규제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이민법을 추진 중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올해 안에 EU 이민자수제한 조치에 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의 기본원칙인 ‘회원국들의 역내 자유이동’이 훼손되면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이러한 반 EU적인 태도로 인해 프랑스, 독일과는 갈등이 증폭되어왔다. EU는 비교적 경제사정이 낫다는 이유로 EU분담금 17억 파운드를 영국에 부과했다. 지난 10월 유럽 정상회담에서 이를 알게 된 캐머런 총리가 ”영국을 EU에서 밀어내고 있다” 탁자를 치면서 반발했다. 이를 두고 프랑스의 고위관료는 “그의 행동은 국수적이고 비정상”이라며, 프랑스 극우정당 대표인 “르펜이나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EU 창설이래추진해 왔던 ‘하나의 유럽’이라는 정책은 올해 들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신냉전의 시대

 

루마니아, 불가리아등 동구권 국가들을 흡수하면서 동력을 얻어가던 ‘하나의 유럽’정책이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를 만났다. 경제, 문화적인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구 소련연방이었던 이들을 편입한것은 러시아를 의식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협력협정을 체결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친서방으로묶어 두려던 EU의 목표는 러시아의 개입으로 빗나갔다. 한때는제2의 크림전쟁 우려가 일 정도로 일촉즉발의 상황도 있었으나 크림반도의 러시아에 귀속 선에서 타협으로마무리 될 듯하던 상황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내전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휴전협정이 맺어졌지만 그 이후에도 사망자는 1천명이 넘어서면서총 4천명 이상의 희생자와 50만에 가까운 난민이 발생했다. 휴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서방과 러시아의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며 서로가 돌아오지 못할 선을 이미 넘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방과 우크라이나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지난 11월 실시한 선거에서 알렉산드르 자카르첸코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이고르 플로트니스키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총리로 각각 선출된 바 있다. 영국의왕립국방안보연구소(RUSI)의 소련전문가 이고르 수티아긴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동부가 앞으로 수년동안 분쟁지역이 될 유럽의 카슈미르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 이후 역할이 줄어 들것으로보였던 나토의 위상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강화되면서 서방과 러시아간의 신냉전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 위협이 된 IS의 테러 위험 

 

올해 들어 무서운 속도로 세를 확장하며 인질들을잔인하게 처형하는 IS의 잔혹함은 세계를 경악시켰다. 또한, IS 대원의 1만명 이상이 세계80여개 국적의 외국인이며 이중 3천여명이 프랑스, 영국, 독일, 벨지움, 미국등 서방출신인 것으로 알려지자 유럽은 충격에 빠졌다. IS는 더 이상 중동지역에서 일어나는 강 건너의불이 아닌 유럽 안보의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다. 이들이 귀환해서 테러리스트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아졌기때문이다. 유럽 각국에서는 자국민들이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IS 가담자에 대해 여권 압수, 재입국 금지 등 법안을 만들었지만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서방출신 가담자들이 SNS등을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서구인들을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에 합류행렬이 핵분열 하듯 확산되기 때문이다. 미국을비롯한 서방의 공습에도 IS는 올해 안에 자체통화도 발행계획을 밝히며 준국가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는상황이다. IS는 알 누스라전선을 비롯해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인 안사르 알이슬람 등을 속속 병합하면서계속해서 세를 불려가고 있다. 미국과 서방은 군사작전을 통한 IS 격퇴를다짐하고 있고 IS는 서방국에 대한 테러 위협으로 맞서고 있어, IS를겨냥한 테러와의 전쟁은 앞으로 수년이상 지속될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여러 분야에서 근심거리가크게 늘어 난 유럽은 해결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을 잔뜩 남긴 채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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