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가려는 길, 하드 브렉시트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7/02/02 [15:21]

영국과 유럽의 결별과정이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메이 수상은 지난달 랑카스터 하우스 연설을 통해 하드 브렉시트 방침을 밝히고유럽에서 완전한 탈퇴를 천명했다. 탈퇴협상에서 영국이 유리한 것만 챙기는 ‘체리피킹’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의 경고에대한 공식적인 대응인 셈이다. 다음달로 예상되는 리스본 조약 50조발동으로 공식적인 막이 오를 탈퇴협상은 상당히 거친 기싸움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탈퇴는 영국이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모두 이탈하고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이 단일시장에 접근하려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EU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이는 그 동안 영국과 EU의 무역협정에서 롤모델로 거론되던 노르웨이, 스위스 등의 부분가입형태에는 선을 긋고 완전한 독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메이총리는 영국 국경의 통제권을 회복하고 EU의 유럽사법재판소로부터 독립함으로서 영국의 주권을 되찾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EU 단일 시장에 대한 최대한접근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또한 EU뿐만 아니라 미국, 인도 등 주요국가나 블록과의 FTA을 목표로 제시했다.

 

EU에서완전독립이 목표

 

메이총리가 제시한 12개의 주요 계획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브렉시트에 대한 마지막 협상결과에 대해 의회 표결을 받겠다.


  2. 영국의 법은 EU법정의 관할권에서 벗어나 EU의 간섭 없이 영국의 의회에서 제정하겠다.  


  3. 영국을 구성하는 4개 연방의 결속 강화를 최우선중심과제로 하겠다.


  4.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의 공동여행구역을 계속존속하고, 영연방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간의 실제국경도 설치하지 않겠다.


  5. 우호적인 이민자는 환영하지만 우수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가도록 통제하겠다.


  6. 영국에 거주하는 2백만 EU시민들의 거주권리를 보장하겠고, EU에 거주하는 1백만 영국시민의 거주권리를 보장받도록 EU지도자들과 협상하겠다.


  7. 일터에서 근로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겠다. (노동당과잔류파들이 EU 탈퇴시 근로자의 권리가 무시될 것이라고 경고했었음)


  8. EU 단일시장 회원권을 반납하고 EU와 과감하고 의욕적인 FTA를 추진하겠다.


  9. EU외의 국가들과도 독자적인 무역협정을 맺을수 있도록 EU와의 관세동맹에서도 나가겠다.


  10. EU에서 독립한 영국이 과학과 혁신의 세계적인 최적지가 되도록 지원하고 유럽 파트너들과의 협력체결을 환영하겠다.


  11.  테러와 범죄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과정보를 교류하고 협력을 강화하겠다.


  12.  상호 유익하지 않은 비즈니스 절벽과 불안정을피하기 위해 단계적인 브렉시트 실행을 거쳐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짓고 탈퇴하겠다.


영국의 강수에 반발하는 EU

 

메이총리의 발표에 대해 EU측은 당혹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한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이 양보는 없이 혜택만 거두려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메르켈 독일총리는 “단일시장 접근은 EU의 기본원칙인 4대(노동, 자본, 상품, 서비스) 이동의 자유를 존중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즉 노동의 이동은 제한하면서 나머지 자유이동만을 추구하는 것은 체리피킹이라는 것이다. 반면, 영국의 시각은 EU의비타협적인 강경한 태도가 이탈자에 대한 일종의 벌주기 때문이라는 . 그게 아니라면 EU가 한국, 캐나다 등과 체결한FTA는 뭐냐는 것이다. 영국의 필립 하몬드 재무장관은 EU의페날티 잣대로 인해 영국의 EU시장 접근이 거부된다면, 영국은법인세 등의 세금을 대폭 낮춰 조세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영국의 제레미 코빈 노동당수는“이는 유럽과의 교역전쟁 레시피”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도 영국의 낮은 법인세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는 EU 국가들에게추가 인하 카드는 실제로 상당한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영국이 EU에서완전한 탈퇴와 조세피난처 카드를 꺼낸 것은 협상전략으로 최강수를 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협상과정은치킨게임을 동반한 상호 흔들기와 격렬한 기세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영국 편들기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영국 타임즈지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은 아주 현명한 결정이었다”면서, “가능한 빨리 영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EU는 바로 독일이다. 기본적으로독일을 위한 자동차다, 그래서 잘 나왔다고 한 것이다”며, EU에 대한 그의 시각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브렉시트 지지로영국은 EU와의 협상전에서 강력한 원군을 만난 셈이다. 그러나 EU의 주축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EU는 외부의 충고가 필요없다”며반발했고, 메르켈 총리는 “유럽인들의 운명은 유럽인들 손에달려 있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흔들리는 안보지형

 

브렉시트의 여파로 유럽의 안보 지형도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상당수 NATO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면서 “쓸모없는 기구”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영국이 EU 탈퇴 후에도 NATO 회원국의 의무를 다하고 EU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영국이 NATO에서 누렸던 지도적 위치가 위협받고 있다. 1951년 이래 줄곧영국이 맡아 왔던 미국 다음의 넘버2 자리인 부사령관 직을 프랑스가 탐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가을 자국의 대표단을 로비차 워싱톤에 보내 브렉시트 이후엔EU의 일원인 프랑스가 영국보다 낫다고 주장했었다.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전략공군을 보유한 세계 5위의 군사강국인 영국이 빠진 EU에서 NATO가 이전처럼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보인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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