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의 메스를 든 메이 영국총리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6/10/02 [16:13]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가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중등학교인 그래머 스쿨의 확대와 신설을 골자로 하는 ‘21세기 교육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누구도 쉽게 손을대지 못했던 지극히 민감한 분야를 취임 후 첫 개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교사 노조와야당인 노동당, 자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보수당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상당한 파란이 예상된다. .

 

영국의 중등학교는 크게 공립학교(State School)와 사립학교(Private School)로 구분된다. 공립학교는 학비를 전액 국가에서지원해주지만, 사립학교는 선발시험을 거쳐야 하고 연간 약 한화 2천만원이상의 학비를 내야 하므로 부유층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렵지만 학교 수준이 높은 편이다. 공립학교 중에입학시험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학교를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이라고 하고일반 공립학교들에 비해 수준이 높다. 입학 시험은 대부분 만11살에치르지만 만13살에 치르기도 한다. 그래머 스쿨의 형태는 16세기부터 있었지만 14세 이후의 중등 무상교육이 실시된 1944년에 현재의 개념이 확립됐다. 당시에는 대학 등의 상급학교진학을 위한 인문학교 개념의 Grammar School과 사회진출을 위한 Secondary Modern School 로 구별되었다. 이후 1965년 노동당 정권에서 교육평준화를 명분으로 지방교육청에 통폐합 지시를 내린 후 대부분 통합학교인 Comprehensive School로 바뀌었고, 1998년 노동당토니 블레어 정권에서는 모든 선발제 학교의 확대와 신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에 따라 1,200개 이상에 달하던 그래머 스쿨이 현재는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에 보수당 우세지역을 중심으로 230개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반 Comprehensive 공립학교는 3,000개 정도다.

 

선발을 통해 더 나은 교육환경 제공이 핵심

 

메이 총리의 ‘21세기 교육 시스템’의핵심은 사립학교를 갈 경제적인 형편은 안되지만 우수한 아이들에게 선발을 통해 더 나은 교육환경의 제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실행방안에는 기존의 잉글랜드의 그래머 스쿨들의 확장에 5천만파운드의 지원, 모든 잉글랜드의 공립학교에 필요 시 학업능력에 따른 학생선발 허락, 모든 선발학교의 선발 시 저소득층 학생에게 일정 몫 할애 등을 담고 있다. 이는지난 60년간 일방으로 진행되어 온 공교육 평준화 정책에 과감한 메스를 대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대해 전국교사노조를 비롯한 평등교육주의자들과 야당이 격렬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교사노조(NUT)의 케빈 커트니 사무총장은 메이 총리의 계획안은‘영국을 계급사회였던 1950년대로 되돌리는 시도’ 라면서 “NUT는 학부모, 정치인, 다른 조합들과 연대해서 21세기에 맞지 않는 21세기 교육 시스템 안을 반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의 주장은 ‘선발제도를 확대하면 그래머 스쿨에 들지 못한 대부분의아이들에 대해 제공되는 교육의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제레미코빈 노동당 당수는 “메이 총리는 학교 예산 삭감과, 교사부족, 교실의 비대화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노동당은 반대 캠페인을 벌여서 메이 총리의 계획을 분쇄하겠다“고 공언했다.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해 동료 의원들에게 탄핵을 당해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코빈 당수로서는, 모처럼 선명한 각을 세우고 지지자를 결집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이 사립 초등학교와 중등 그래머 스쿨 출신이다.그런 그가 반대 캠페인에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직 당수인 것처럼 노동당은능력에 의한 선발에는 반대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당내 반발세력 극복이 과제

 

한편 메이 총리의 개혁안은 보수당내에서도 강력한 반대세력에 부딪혔다. 주도자들은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 니키모건 전 교육부 장관 등 메이 총리에 의해 실각한 캐머런 총리 시절의 각료들인데 총대는 니키 모건 전 교육부 장관이 멨다. 그녀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은 계층간의 장벽을 없애고 신분이동을 촉진 시킬 것이라는 져스틴 그리닝 교육부장관의설명에 대해 그런 시스템이 이미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녀는 ITV 뉴스와의 대화에서도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지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이러한 그녀의 주장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있다. 한 의원은 그녀 역시 그래머 스쿨 출신이며, 장관으로 재직하던 작년에 세븐오크 소재 그래머 스쿨의 확장이전을 허가해 주기도 했던 점을 들어 앞으로는 ‘미스 유턴’ 또는 ‘미스위선’이라고 불러야겠다고 비꼬았다. 그래머 스쿨 개혁안으로야기된 보수당내에 내분이 캐머런 전 총리가 의원직을 사임해버리는 사태로 발전했다. 그는 그의 사임이그래머 스쿨 논쟁과는 우연히 시기가 일치했을 뿐 상관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그는 “총리를 그만둔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에 대해 후임 총리와 길을달리할 위험 없이 현실정치에서 평의원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고 에둘러 심정을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그의 집권 시절의 정책을 뽑아내고 거리를 두려는 후임 메이 총리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동료 의원들에게나타낸 바 있다. 그는 반란에 합류할 수도 메이 총리의 정책을 지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의원직을사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이는 캐머런 전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죠지 오스본 전 장관을 무자비하게 내치고 자신을 배신한보리스 존슨에게 재기 기회를 준 후임 총리에 대한 배신감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급진 개혁, 순항할까?

 

메이 총리의 취임이후 행보를 보면 냉정하고 급진 개혁적인 성향이 확인된다. 취임 하루 만에 단행한 파격적인 조각과 전임정부에서 중국기업과 야심 차게 추진했던 힝클리 원전 프로젝트의 계약일 하루 전날 전격 보류등과, 이번의교육개혁안이 모두 닉 티모시 수석비서관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메이 총리와 티모시 수석비서관모두 중산층 그래머 스쿨 출신이다. 메이 정권의 개혁 추진이 안팍의 반대를 잠재우고 순항할 수 있을지는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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