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동 튀김 장수 김씨(2)

송현 시인이 본 아름다운 세상(3)
송현(시인·본사 주필) | 입력 : 2008/09/30 [10:54]
1.
장안동 튀김장수 김씨 아들이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하자마자 대학 때 휴대전화판매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살리기 위해서 휴대 전화 판매 회사에 취직하였다.평소에 아버지의 삶을 보고 배운대로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했다. 매일 도시락을 싸 다녔고, 차비는 아버지에게 타서 쓰고,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봉투채로 아버지에게 갖다 드렸다. 죽을똥 살똥 악착같이 일해서 번돈을 고스란히 다 모은 셈이다. 그러구러 몇해가 흘렀다. 어느 날 김씨가 아들에게 말했다.

“네가 그 동안 열심히 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이제 네 가게를 차리는 것이 어떨까?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그 정도 하고 독립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니?” 

“아버지, 저는 아직 더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제 가게를 차릴만한 돈도 없습니다. 그 동안 제가 모은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내가 도와주지.”

“예에?”

아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천하의 구두쇠, 천하의 땡보인 아버지가 한 두 푼도 아니고 가게를 차릴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반갑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

“네가 잘 알다시피 아비 사정도 넉넉하지가 않다. 그런데 언젠가는 너를 장가 보내야 하고 그때 단칸방이라도 얻어줘야 할 것인데, 내가 그 돈을 미리 주겠다. 그 대신 네가 장가 갈 때는 아비가 한 푼도 안 줄 것이고 줄 것도  없다. 네가 그 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과 아비가 보태주는 돈으로 네 가게를 차릴 궁리를 해보아라.”

“아버지!”

얼결에 아버지를 불러놓고 아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넙죽 하였다.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이틑날 김씨는 아들에게 8천만이 든 통장을 내밀었다. 통장을 받는 아들은 손이 덜덜 떨려 넙죽 받을 수가 없었다.김씨에게 8천만원원은 부잣집 사람의 8억보다 더 큰 돈이다. 아들이 대학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죽을똥 살똥 모은 약 4천만원과 합해서 1억 2천만원으로 테크노마트에 휴대전화기 판매 가게를 열었다. 아들은 장안동 대로변에서 하루 종일 먼지를 뒤집어 쓰고 튀김을 팔고 있을 아버지를 상상하면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었고, 더 절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땡뼡에서 뜨거운 튀김 가마 앞에서 땀에 흠뻑 젖여 고생하는 아버지를 상상하면 테크노마트의 시원한 실내에 있는 것이 한없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했다.

처음에는 직원을 한명 쓰고 시작했는데, 금세 손님이 많아져서 직원 1명을 더 썼다.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정직하고 친절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바람에 단골 손님이 날로 늘어갔다. 또 직원을 한명 더 썼다. 직원들은 김씨 아들을 보고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2.
한편, 김씨는 아들을 어떻게 도울까 궁리궁리 하다가 다음과 같은 광고 전단지를 만들었다. 문방구에 가서 코팅을 하여 포장마차 앞면과 양 옆면에 손님의 눈 높이에 맞추어 압정으로 단단히 붙였다. 

"휴대전화 10% 싸게 사는 새소식"
 
1,테크노마트에 있는 장안동 튀김장수 김씨 아들 가게로 간다.
2.여기 비취된 제 명함을 보여주면서 장안동 튀김 아저씨 소개로 왔다고하면 10% 싸게 살 수 있다. 
   
장안동 튀김집
김씨 
   
이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가지는 손님에게 김씨는 자기 명함을 주었다. 튀김을 먹으면서 이 광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김씨는 튀김 잘 팔리는 것 이상으로 즐거웠다. 명함을 달라는 사람의 숫자가 나날이 늘어갔다. 아들은, 아버지가 뿌린 이 명함을 가지고 가는 손님에게 반드시 10% 이상을 할인해 주고, 선물도 듬뿍 챙겨주었다. 김씨는 장안동 대로변에서 튀김 장사를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아들 가게를 선전을 하였다.

김씨 아들은 그때까지 차를 사지는 않았다. 할부로는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좀 더 돈을 모아서 사야겠다고 미루어 왔다. 아들의 검소한 태도에 아버지는 아들이 믿음직스럽기만 했다. 매달 아들은 결산을 해서 이익금을 모두 봉투에 넣어서 아버지에게 꼬박꼬박 내밀었다. 그럴 때 마다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어느 날 김씨가 아들에게 물었다.

“너 이제 차 한 대 사야 할 때도 되었는데?”

“아닙니다. 아버지, 아직 차 살 때가 아닙니다.”

“할부로 한 대 사지 왜?”

“돈을 더 모아야 합니다. 나중에 제가 차를 산다면 아반떼 정도를 샀으면 하는데 아직은 차를 살 때가 아닙니다.”

3.
내가 지난 주말에 오징어 튀김이 먹고 싶어 일부러 짬을 내어서 김씨 포장마차로 갔다. 김씨는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나는 마른 오징어를 불려서 튀긴 맛있는 오징어 튀김을 정신없이 여러 개를 집어 먹었다. 그제사 나는 김씨 아들 소식이 궁금해졌다.

“아저씨! 아드님 휴대폰 가게 장사는 잘됩니까?”

“예. 잘 된다고 해요.”

“다행입니다. 요즘 다들 장사 안되어 죽는다고 야단들인데.....”

“선생님, 제가 아들네미에게 선물을 하나 하려구요”

“무슨 선물?”

“차를 한 대 선물하려구요.”

“우아 정말 잘 하시는군요. 멋진 아버지입니다.”

“우리 아들이 아반떼를 갖고 싶어 해서 그저께 제가 한 대 뽑기로 했습니다.”

“아반떼를요?”

“아닙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원하는 아반떼를 뽑을까 하다가 이왕 선물 하는 마당에 좀 크고 좋은 차를 선물하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내가 살아봐야 얼마를 더 살며, 살면서 아들에게 차 선물 할 일이 또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왕 하는 김에 크고 좋은 차를 선물하려구요.”
 
"대단하십니다."

김씨는 처음에 신청한 아반떼를 취소하고, 기아에서 나오는 크고 좋은 무슨 신형차를 주문했다고 했다. 차 선물 이야기를 하는 김씨의 표정이 참 밝았다. 윗니를 다 드러내고 활짝 웃으면서 혼자말처럼 말했다. 

“아비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하는 건데.....그러고 보니 그놈이 대학 다닐 때 차 사 달라고 졸랐다가, 한달 아비 일 도우고는 울면서 차를 포기한 날로부터 딱 6년이 되었습니다.”

김씨는 아직까지 아들에게는 차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엔가 차가 나오는 날이다. 그날 차를 김씨 튀김포장마차 앞으로 가져오라고 했다. 차가 도착하면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급히 의논할 일이 있으니 아비 튀김 포장마차로 잠시 오라고 할 참이다. 아들이 영문도 모르고 달려오면, 김씨는 아들에게 차 열쇠를 주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나, 이거 니꺼다. 차 열쇠 받아라!”

4.
다음 주 월요일 장안동 대로변 김씨 튀김 포창마차 앞에서 벌어질 장관을 상상하니 공연히 내가 흥분된다. 그 감격적 장면을 상상하니 금세 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날 그 멋진 김씨 아들이 아반떼 보다 배기량이 훨씬 높은 중형차 열쇠를 받으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할지, 길 가던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러 가지가 궁금하다. 그날 나는 회사에 거짓말을 하고라도 외출을 해서 길거리에서 벌어질 그 멋진 한편의 드라마를 내눈으로 보고 싶다. 그 벅찬 감격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는 현장에 나도 동참하고, 그 감격을 만끽하고 싶다.(2008,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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