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과 거래시 마지막 단계에서라도 법률자문은 필수

세계를 무대로 - 박광규 변호사와 차한잔-
런던타임즈 | 입력 : 2008/03/11 [21:07]

법률자문이란 리스크 니지먼트

▲ 박광규 변호사 가족: 노미라, 지성(91년생), 지원(98년생)     ©런던타임즈
“한국 기업을 상대로 거액을 요구하는 외국 기업의 클레임을 성공적으로 방어했을 때, 정말 기쁘더군요. 늘 최선을 다하지만, 한국 고객을 위해 일할 때는 더욱 힘이 납니다.” 런던에서 10년 가까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광규 변호사의 가장 보람 있었던 일화에 대한 변이다.

박광규 변호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3년 3개월 동안의 군복무를 마치고 방직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공무원 시험을 치러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법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1994년 7월 사직하고 영국변호사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날아왔다. 
버킹엄대학교에서 법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옥스포드대학 부설 교육기관에서 법률실무교육과정을 이수하며 변호사 시험에 합격,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한국인 변호사로서는 드물게 sinclair roche & temperley, stephenson harwood와 같은 대형 국제로펌에서 일하며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현재는 서울의 법무법인 대륙(deryook international law firm)과 함께 ‘deryook solicitors’라는 한국계 영국 로펌을 런던에 설립, 운영하고 있다.

런던 최초의 한국계 로펌이라는 점에서 박광규 변호사는 큰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국제 조선계약 및 해양유전/가스개발 관련 설비건조 계약 등의 분야에서 계약협상 및 분쟁해결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때때로 국제금융거래, 자원개발 프로젝트, 무역분쟁해결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광규 변호사는 한국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 없는 분야에서 사회 생활을 하다가 영국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때로는 낙담하는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꾸준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다 보니 결국은 길이 열리고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좀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요령 부리지 않고 공부했습니다. 판례를 읽을 때에도 요약본을 읽지 않고 전체를 읽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이른바 리걸 마인드(legal mind)가 개발되고 더욱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지요.” 영국에서 공부할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하면서 한 말이다. 

영국 변호사로서 한국 회사들을 위해서 해 줄 말이 없느냐고 하자, 박광규 변호사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국제 거래를 하면서 법률자문을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손해를 보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법률자문의 중요성을 좀 더 인식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느 한국 기업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변호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법률자문을 구하지 않고 국제 영업을 해오다가 한 번의 분쟁에서 패소를 하고 엄청난 액수를 변호사 자문료로 지불하고 나서야 평상시에 국제계약을 하면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장기간에 걸쳐서 보면 차라리 비용도 적게 들고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유럽과 한국이 fta 체결을 하게 되면 앞으로 한국과 유럽의 교역량과 상호 투자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질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에서 영국이나 유럽으로 사업을 위해 진출할 개인이나 기업의 경우 계약을 맺기 이전에 최소한의 법률자문이라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박광규 변호사는 강조했다.

영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광규 변호사는 서슴치 않고 “rule of law”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법의 지배”라는 말이다. 어떤 이들은 ‘rule of law”를  “법치” 또는 “법에 의한 통치”라고 번역을 하겠지만, 박광규 변호사는 그러한 말들이 일반 국민 위에 통치자가 존재한다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서 싫어한다고 했다. “영국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나라는 아니겠지만, 한국에 비하면 법의 지배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대다수의 영국 사람들이 느끼고 공감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 법원의 판사들은 ‘justice must not only be done, it must be seen to be done (정의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며 또한 반드시 실현되는 것으로 보여져야 한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깁니다. 이 말은 영국에서 법률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국가가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사회에서는 강자는 약자를 업신여기기 쉽고 약자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기 힘들게 됩니다.

올해로 영국에서의 생활이 14년이 되어가는 박광규 변호사에게 한인사회의 이미지와 최근의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싼 분쟁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히 전해왔다.

“뉴몰든은 유럽 유일의 한인촌을 형성하고 있는 곳입니다. 한국인들은 지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당시에 뉴몰든에서 평화롭고 질서있게 응원을 해서 영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준 바가 있습니다. 독일과의 준결승 경기가 있었던 날에는 독일 사람이 한인들이 집단 응원하는 곳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독일 팀을 응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것은 당시에 킹스턴 지역의 경찰관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고 영국 주요 신문들이 기사화를 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또한 그외에도 한인사회는 8.15광복절 행사 등을 통해서 킹스턴 지역 사회에 문화적/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집단적인 대외 이미지 차원에서 런던의 한인사회는 그동안 이렇게 영국인들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모범적인 행동 양식을 보여 왔다고 진단하는 것이 잘못된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한인회장 선거로 인한 한인사회 내부의 분열상은 그동안 한인사회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영국인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 내부의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을 크게 손상시키는 일이 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현재 계속되고 분쟁이 누구의 승리와 누구의 패배로 끝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의 관심은, 앞으로 한인사회 특히 현재의 분쟁에 밀접히 관계되어 있는 분들이 과연 대립과 반목을 극복하고 보다 발전된 새로운 한인회의 미래상을 함께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있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한인회가 영원히 분열된다면 아마 한인사회 구성원 중 많은 분들이 크게 실망할 것으로 봅니다. 이 제가 이 문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수많은 한인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 한인사회 구성원 중 많은 분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짐작됩니다.”

한인사회를 걱정하는 박광규 변호사와 한인회 현안 해결 방안에 대해 집중 인터뷰를 가졌다.<런던타임즈 인터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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