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협상은 한미FTA 비준‘조공 선물’

한미 쇠고기 졸속협상은 한미 FTA 비준을 겨냥한 미국 눈치 보기
임종인 | 입력 : 2008/05/05 [17:23]
▲2008. 5.2. 광우병관련 미국 쇠고기수입을 반대하며 청계천을 가득메운 촛불문화제

양보만 있고 얻은 것 없는 굴욕적 한미 쇠고기 협상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사실상 전면 허용된다.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지금까지 수입이 금지됐던 la 갈비 등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다음 달부터 수입된다. 검역주권을 포기한 이번 협상으로 미국은 4년 만에 뼈를 포함한 쇠고기까지 수출할 수 있는 실리를 챙겼다.

‘뼈 없는 쇠고기’에서 ‘뼈 있는 쇠고기’로

한국과 미국은 2006년 1월 한국이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살코기는 상대적으로 광우병 위험이 적다는 근거를 토대로 이루어진 합의였다. 그러나 이번 수입 위생조건 개정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뼈를 포함한 쇠고기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미국산 쇠고기에 채워두었던 안전장치를 모두 해제했다. 2003년 12월 광우병 사건과 ‘뼈 없는 살코기’ 조건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물량의 70% 가량을 차지했던 ‘la 갈비’를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 수출 하지 못했다. 그나마 수입되던 뼈 없는 살코기에서 뼈 조각이 발견되어 여러 차례 수입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뼈 있는 쇠고기 수입 허용이 미국에게 어떤 의미인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30개월 미만의 쇠고기’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로

쇠고기를 말할 때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기준은 광우병 관련 검역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보편적으로 광우병이 대부분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을 알고 있는 우리 정부는 미국이 동물사료 금지 조처를 실제로 이행해야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입장을 바꾸어 미국이 ‘동물사료 금지 조처 강화안’을 공포만 하면 연령 제한을 풀기로 했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돼지 또는 닭에게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포함한 동물성 사료를 먹이고 있다. 이 사료를 먹은 돼지나 닭으로 만든 사료를 다시 소가 먹으면 이 사료를 먹은 소는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일본은 20~30개월의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된다고 주장하고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국민들의 항의 피켓시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을 푼 한미 쇠고기 졸속협상은 한미 fta 비준을 겨냥한 미국 눈치 보기


이처럼 졸속적으로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비준을 겨냥한 자세 낮추기다. 이번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코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진행되었으며, 최종합의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이루어 졌다. 정부는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협상을 미국의 요구대로 매듭 짖고 미국으로부터 한미 fta 비준을 얻는다는 생각이다. 사실 미국 의회는 작년 4월 한미 fta 협상이 이루어진 후 지속적으로 쇠고기 문제를 들어 한미 fta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 네티즌들이  광우병 풍자 패러디물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정판


한미 fta는 국민경제 기반 파탄, 사회양극화 심화 등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이하 imf) 외환위기보다 10배 이상의 충격을 가져올 한미 fta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신자유주의의 결정판이다. 한미 fta의 본질은 민생과 공공성을 희생시켜 가면서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관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한국의 법과 제도를 고쳐 한국경제를 미국경제의 하부구조로 통합시키는 것이 한미 fta의 본질이다. 이를 통해 미국자본은 항구적으로 이익을 보장받고, 한국의 재벌과 특권층은 떡고물을 얻는다. 한미 fta는 이런 불균등한 국제경제 구조를 제도로 고착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자본의 이익을 위해 투자, 서비스, 지적재산권, 의료, 농업, 문화, 상당수 첨단 제조업 등 대부분의 국내 산업은 피해를 본다. 농민, 노동자, 중소 자영업자, 경쟁력 약한 중소기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방과 imf 개방이 가져온 지금의 고통도 견디기 어려운데, 한미 fta로 훨씬 더 심각한 양극화와 빈곤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미 fta는 투자자-국가 제소제(isd)와 같은 각종 강제조항을 통해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한 정책이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세정책까지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한미 fta를 체결하여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 fta를 체결해야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분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경쟁력 없는 분야는 모두 쓰러진다. 이대로 준비 없이 한미 fta를 체결하면 그동안 힘들여 쌓아온 우리의 경제는 무너질 것이다.

한미 fta 반대투쟁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

2007년 4월4일 오후 1시경 9일째 한미 fta 반대 단식농성 중이던 국회 본관 앞 천막에서 나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다 쓰러진 나는 상당량의 피를 쏟았다. 그 후 나는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병명은 급성위출혈로 밝혀졌다.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으며 병실에 입원해 당분간 치료를 받았다. 함께 싸우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 국민은 반대투쟁을 하였다. 농민, 학생, 시민단체, 국회의원 등 직업과 나이를 뛰어넘어 연대하여 싸워왔다. 투쟁 집회를 열고, 전 국민에게 알리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대국민 홍보전에 중점을 두었고 기자회견과 민중총궐기대회를 가졌다.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시민들을 설득했으며 단식투쟁을 했다. 이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올바른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우리와 함께 해주었다. 한미 fta는 미국을 일방적으로 섬기고 민족의 이익을 팔아넘기는 것이다. 우리 민족, 민중, 서민의 이익과 국가 주권을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 임종인 前 무소속 국회의원
 
한미 fta 비준을 온 국민의 목소리와 힘으로 막을 수 있다


한미 fta는 몇 명의 정치가나 시민운동가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이 힘을 합하여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막을 수 있다. 이제는 한미 fta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싸울 것인가’라는 명제가 우리 앞에 있다. 조만간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놓고 격렬한 정치공방이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후원을 얻어서 일사불란하게 비준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이다.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대표가 한미 fta를 지지하고 있으니, 한미 fta 비준안 저지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우고 외치던 국민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 온 국민이 한 목소리로 비준안 반대를 외친다면 한미 fta 비준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오직 국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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