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감독의 퇴장, 프리미어 리그에 변화의 바람 부나?

김지호 | 입력 : 2013/06/01 [12:19]
잉글랜드 지역 클럽들의 경기인 프리미어 리그. 잉글랜드 최상위 20개 팀들이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우승컵을 놓고 총 380경기를 치르며 격돌하는 프리미어 리그는 경기로서 축구 종주국의 자존심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성공 신화의 주역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 은퇴는 향후 리그의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영국 웸블리 구장  (wembley stadium )-1923년 개장 ,2006년 개축 

 
프리미어 리그의 전신은 1888년에 시작한 풋볼리그다. 70년대를 거쳐 8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구사하던 잉글랜드 축구는 80년대 경제적으로 암울했던 시기를 맞아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로 노동자 계층의 극렬 팬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해고 등 자신들의 불만을 훌리거니즘과 같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했다.
 
1985년 브러셀에서 열린 유러피언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와 영국의 리버풀 서포터들 사이에서 벌어진 싸움으로 39명이 사망한 헤이젤 참사로 잉글랜드 팀들은 5년간 출전자격을 박탈 당했다. 경기장에 모여 소리를 질러대다가 폭력에 휩쓸리는 서포터들의 행동을 야만으로 간주한 당시의 대처 정부는 강경 진압방침으로 일관했다. 경기장은 낡고 입석도 있는 형태여서 사고의 위험이 높았다. 1989년엔 영국 세필드의 힐스보로우 스테디움에서 병목현상으로 96명의 관중이 인파에 압사당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경기장은 모두 좌석형태로 바꾸라는 조치가 나오고 유럽출전 금지조치가 풀리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90년 월드컵 4강 진출을 계기로 풋볼에 대한 열기가 되살아났고 풋볼리그 91년 시즌 마감 후에는 리그를 업그레이드 하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92년에는 1부 리그에 속한 22개 팀들이 모두 풋볼리그를 탈퇴하고 새로이 창설한 ‘FA 프리미어 리그’에 참여했다. 현재는 프리미어 리그로 개칭된 법인에 20개 팀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기존의 풋볼 리그 2부는 풋볼리그 1부로 승격되어 프리미어 리그의 바로 하위 리그 개념으로서 현재는 ‘풋볼리그 챔피언십’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수칠 때 떠나는 전설적인 명장

얼핏 이름만 바뀐 듯이 단순해 보이는 변화는 영국 축구에 가히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이는 영국 최고의 20개 클럽들이 영국축구협회(FA)에서 독립해 스스로 판을 짜고 수익을 창출하는 진정한 프로의 세계를 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프리미어 리그가 유료 TV채널인 SKY와 독점중계권을 계약한 것이 당시에는 양측 모두에게 위험한 시도였으나 결국은 아주 성공적인 결정으로 판명 되었다. 프리미어 리그는 최고의 경기를 제공했고 시청자들은 돈을 내서라도 시청하는 것으로 호응했다. 또한 TV 중계로 인해 경기장 입장권 수익이 줄 것이라는 것도 기우로 드러났다. 오히려 전세계로 중계되면서 프리미어 리그는, 이탈리아의 세리에 A,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독일의 분데스리가 등을 제치고, 전세계 200개 나라에서 5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인기 리그로 자리를 잡았다.   

20개 클럽 중 프리미어 리그에서 독보적인 성공신화의 주인공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고 할 수 있다. 맨유는 올해까지 총 21번의 시즌 경기에서 13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는 여러 요인들도 있겠으나, 그 공은 역대 영국 최고의 감독으로까지 평가를 받는 알렉스 퍼거슨 경에게 돌려야 타당해 보인다. 1986년 맨유에 부임한 퍼거슨 감독은 27년 동안 팀을 이끌면서, 풋볼 1부 리그에서 탈락의 위기를 맞기도 했던 맨유를 최강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2012-13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한 후 은퇴하여 39년간의 감독생활을 박수로 마감했다. 그의 은퇴소식에 영국의 각처에서는 그에 대한 칭송이 쏟아졌다. 국제축구협회(FIFA)의 블래터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그가 게임에서 성취한 것은 그를 최고의 반열에 올렸다”고 칭송했다. 애드 밀밴드 노동당수는 “자랑스러운 사람, 위대한 감독, 견고한 노동당 후원자 알렉스 퍼거슨 경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이라고 한껏 추켜세웠다. 노동당을 후원하고 있는 퍼거슨 감독은 1998년에는 노동당 최고의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폴 고긴스 노동당 의원은 1999년 노동당 토니 블레어 총리의 추천으로 기사작위를 받은 퍼거슨 경을 남작으로 봉해 상원으로 보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애스턴 빌라의 팬이기도 한 보수당의 캐머런 수상은 “알렉스 퍼거슨 경이 맨유에서 이룩한 것은 경이로운 것, 그의 은퇴로 내 팀이 조금 편안해 지길 바란다”고 뼈있는 칭송을 했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간에 힘의 쏠림 현상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의외성이 줄어들면서 경기의 흥미를 떨어트려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맨유와 첼시의 빅2 구도와 아스널, 리버풀이 포함된 빅4 구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클럽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졌다. 또한 하위 리그인 풋볼리그와의 격차도 더 크게 벌어져 풋볼리그 팀들의 프리미어 리그로 진입이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다. 최근에는 강력한 구단주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실력을 키운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 핫스퍼가 부상하면서 빅6의 구도를 이루기도 한다.
 
퍼거슨 감독의 은퇴로 맨유의 앞날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어 정글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퍼거슨 감독의 은퇴에 이어 퍼거슨의 아이들로 일컬어 지는 폴 스콜스가 은퇴하고, 신임 모예스 감독과 악연이 있는 맨유의 맨유의 루니는 이적을 원하고 있어 다음 시즌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를 떠나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던 데이비드 베컴도 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세대교체의 바람도 불고 있다. 전설을 만든 명장 알렉스 퍼거슨의 퇴장으로 프리미어 리그가 향후 어떤 구도로 정착할지 예단할 수는 없으나, 이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 같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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