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3연임 실패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그 배경에 정치권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을 둘러싼 각종 정재계 '유착' 의혹들이 불거지자 지난주 사임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허위사실 유포 책임을 묻겠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일 제4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원서를 제출한 내부 후보를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통해 다음 단계인 '평판 조회 대상자' 8명을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최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최 회장의 3연임은 상당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였다.
3연임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들을 의식한듯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 선출 규정까지 변경하며 최 회장 3연임을 위한 명분을 쌓았다.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해 회장 선출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하더라도 지난 5년6개월 집권기간 동안 회장 선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요직에 소위 말하는 '우군'들을 꽉 채워둔 터라 잡음 없는 3연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큰 이견 없이 최 회장의 3연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 시기와 맞물려 최 회장은 때마침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장내 매수하며 책임경영 의지까지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진은 퇴임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매각하지, 추가로 더 사지는 않는다. 퇴임을 앞두고 회사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 수밖에 없다.
잔잔한 수면 위에 돌을 던진 건 최대주주(지분 6.71%) 국민연금공단이다. 정부의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국민연금은 공개적으로 최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KT에 했던 것처럼 포스코 회장 인선 절차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었다.
국민연금의 공개적인 비판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위축됐던 최 회장을 거세게 압박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가 소유분산 기업(민영화 과정에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으로 일명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는 주주 이익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내·외부인에게 차별 없이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금의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가 내·외부인에게 차별적이고 불공평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첫 회장직에 올랐던 최 회장은 정권 교체 때마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회장직을 내려놨던 전임자들과 달랐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포스코 회장도 바뀔 수 있다는 추측들이 나오긴 했지만 단단한 리더십으로 회장직 유지를 강행했다. 2000년 포스코 민영화 후 최초로 정권 교체 후에도 온전히 임기를 마치는 첫 사례뿐 아니라 기록적인 3연임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와 결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재계 순위 5위 위상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기업과 함께하는 일정에는 번번이 배제됐다.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스위스, 4월 미국, 6월 베트남 , 7월 폴란드, 10월 사우디·카타르 등 윤 대통령의 해외 국빈방문 일정 때마다 동행했던 기업인 명단에 최 회장은 함께 할 수 없었다. 작년에 이어 이달 2일 열린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도 최 회장은 불참했다. 기업인들이 모일 때마다 종적을 감추는 최 회장에 대해 경제계가 '최정우 패싱'으로 상황을 이해할 정도였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최 회장을 둘러싼 '카더라' 홍수 속에 최대 피해자 1순위로 꼽힌다. 권 전 부회장은 LG그룹의 정기인사가 있던 지난 11월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리에서 물러나며 책임경영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LG에너지솔루션 주식도 전량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8억6300만원 수준. 당초 주식 취득 금액이 10억원 가까이 됐다는 점을 감안할때 1억3000만원 정도의 손실을 보면서까지 한 번에 주식을 털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그의 용퇴를 석연치 않게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권 전 부회장은 최 회장이 떠나는 포스코 수장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있는 유력한 외부 인사 중 한명이 됐다. 그 사이에 김대기 전 비서실장도 발끈한 '썰'들이 난무하면서 '카더라'의 희생자가 됐다. 최근 권 전 부회장의 포스코 이동설이 제기된 것은 최정우 회장과 김대기 전 비서실장의 모종의 '유착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카더라' 형태로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관련 내용이 정보지(지라시)에 퍼지자 허위사실 유포 책임을 묻겠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권 전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키워낸 배터리 전문가로 포스코가 육성중인 이차전지 분야를 잘 해낼 경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금은 김 전 비서실장과의 관계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최 회장을 내려찍기 위해 김 전 비서실장이 경기고등학교·서울대학교 동문인 권 전 부회장을 내세웠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불안정한 지배구조는 주주들이 가장 싫어하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주주들의 지금 가장 큰 고민은 회장 선출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이 확산해 사업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데 있다. 특히 지난해 이차전지 테마가 개미 투자자들을 자극하면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박차를 가했던 포스코에 대한 주주 기대치가 높아졌다. 한때 50%를 넘던 포스코홀딩스 외국인 지분 비율은 현재 27%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개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소액주주 비중은 75.5%까지 높아졌다.
정부는 포스코의 회장 교체에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는 프레임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포스코의 회장 교체가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다 보니 자칫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 탓으로 돌리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최 회장은 2022년 지주사 체제 출범 당시 '포스코홀딩스 기업가치 3배 키우기'를 목표로 내걸었고 주주들은 환호했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해 초 27만원대에서 7월에는 이차전지 열풍을 타고 76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원본 기사 보기:미디어저널 <저작권자 ⓒ London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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