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바보 노무현’ 증명한 ‘인간 노무현’

약아 빠졌으면 대통령 못 됐겠지만 절대 죽지도 않았을 것
이민선 기자 | 입력 : 2009/05/25 [17:14]

▲     © 최병렬

역시 바보 노무현답다. 바보처럼 또 다시 무모한 승부수를 뒀다.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 까지. 살가운 애칭 ‘바보 노무현’ 이라는 별명은 그가 역경을 딛고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단언한다. ‘약삭빠른 노무현’ 이었으면 절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노무현이 바보라는 사실은 그의 인생 역정에 잘 나타난다. 그는 서른 살에 사법고시에 합격, 판사의 길을 걷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7개월 만에 그만두고 변호사로 전직했다. 이후 변호사로 잘나가던 그는 1981년 이른바 ‘부림사건’을 맡으면서 재야 운동에 뛰어들고 6월 항쟁 뒤 정치권에 들어온다. 7개월 만에 법복을 벗고 ‘인권 변호사’ 길로 접어든 순간부터 그는 이미 ‘바보 노무현’ 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다. 시련은 1990년 3당 합당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민정당 노태우 대통령, 공화당 김종필 총재와 함께 3당 합당을 해서 민자당을 만들었다. 그러자 당시 노무현 의원은 노태우와 손잡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민자당 행을 거부하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고난이 시작된다.

91년, 민주당에 입당, 92년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 출마 하지만민자당 후보였던 허삼수에게 패하고 만다. 3년 후, 노무현은 부산시장에 출마하지만 역시 낙선한다. 민주당은 호남당 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96년 총선에서는 부산을 버리고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로 출마, 또 다시 낙선한다. 당시 종로 터줏대감이자 5,6공 핵심인물이었던 국민회의 이종찬 의원과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명박 신한국당(구 민자당) 의원(현 대통령)과 격돌해서 3위로 낙선했다.

하지만 98 이명박 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치러진 종로 재. 보궐 선거에서 승리, 10년 만에 다시 금 배지를 달게 된다.

2000년 총선에서 노무현은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하며 다시 부산에 출마 했지만 지역주의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패배한다. 비록 선거에서 졌지만 그의 소신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을 만들어냈다. 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바람과 2002년 대선을 뒤흔든 ‘노풍’을 일으키는 기폭제를 만들어 냈다.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인간 노무현’

▲     © 최병렬

대통령직에서 물러 난지 1년 4개월 만에 그는 다시 ‘바보 노무현’ 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죽음으로 ‘바보 노무현’ 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약아빠진 노무현’ 이었으면 결코 목숨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천억 검은 돈 챙겨서 감옥까지 다녀온 전직 대통령들도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 또 일부 국민은 이들에게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업적(?) 을 기려준다고 한다. 참으로 뻔뻔하고 약아빠진 일 아닌가?

하지만 노무현은 그러지 못했다. ‘바보 노무현’ 이기 때문이다.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많은 국민들은 바로 그런 ‘바보 노무현’ 을 사랑했던 것이다. 나 또한 그 우직함을 좋아 했다.

난 노사모가 아니다. 노사모 활동을 하는 몇몇과 친분을 맺고 있기는 하지만 노사모는 아니다. 오히려 재임 기간 중 정치 활동에 툭 하면 쓴 소리를 던지기만 했다. 특히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에는 극렬하게 반대 했던 국민 중 하나다. 또 부동산 정책 등, 많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한때는 서민들이 뽑아준 대통령이 어째서 반 서민 정책으로 일관 하는지 원망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대통령 노무현’ 을 다시 생각 하게 됐다. 나름대로 훌륭했다고 평가한다. 이명박 정부처럼 국민을 힘으로 억누르려 하지도 않았다. 또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펴지는 않았다.

특히, 국민을 무시하지 않고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을 높이 평가 한다. ‘바보 노무현’ 이었기에 가능 했던 일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사회 기득권 세력들이 갖추고 있는 ‘스펙’ 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기에. sky 라는 명문 대학 근처도 가보지 못했고 잘 나가는 집안 출신도 아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스스로 대학 진학도 포기해야 했고 군대도 육군 졸병으로 다녀온 우리시대 대표적인 비주류 였다.

그래서 더 잘 되길 바랐다. 비록 도덕성에 흠집이 났을 때는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일부 보수 언론에서 연일 입방아를 찧어대도 꿋꿋이 버텨서 모든 의혹을 벗어 던지고 환하게 웃어 주길 바랐다. 그래서 비주류 출신이 당당하게 승리하는 것을 보여 주길 바랐다.

인간 노무현은 죽음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비록 비주류 출신이지만 결코 뻔뻔하지도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타락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렇게 노무현은 죽음으로 ‘바보 노무현’ 이 되어 우리 곁에 돌아왔다.

 
                                               [ 본보 제휴사: 안양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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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경 2009/05/26 [17:09] 수정 | 삭제
  • 盧가 자살로 얻은 것과 사회적 손실


    연쇄살인, 촛불폭력시위에 이어 지난해부터 자살의 기승 바람이 불고 있다. 자살을 통해 얻는 이득이 많아진다면, 그것을 이 사회가 윤허한다면, 앞으로도 이 사회에선 갈 수록 자살이 늘어만 갈 것이다. 바람직한 일인가 ?

    이번 노무현 전직대통령의 자살과 그로 퍼진 사회적 파장에 대해, 일전 죽었던 고 안재환의 경우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안재환이 자살했다 하여, 그가 살아서 졌던 수십억대의 빚과 사채가 일시에 탕감된다고 그런 일이 법적으로 보장이 된다라면, - 현행 법으로는 상속인들에게 거듭 물려지는 것으로 안다. 그들이 상속포기를 선언하지 않을 시 - 이 사회에선 거액의 빚을 져놓고 또는 그것을 가족들 위해 빼돌려 놓고 자살하는 극단적 경우들이 비일비재하게 될 것이다.

    연속적인 수사선상에 있는 여러 명들 중의 어느 한 사람이 자살하면, 다른 수사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의 죄도 전부 일거에 면피가 된다 라면, 앞으로도 이 나라에는 어떤 연속적 부패나 수뢰혐의에 걸린 사람들은 그 중에 한 사람을 거의 반강제적으로라도 자살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까지 빚어질 지 모른다.

    전직대통령이 자살한 것은 세계사에서도 아마 유례가 드물지 모른다.

    노사모들은 노무현 전직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받았다는 수백억대의 돈들에 대해 그것이, 과거의 정부나 권력자들 행태에 비한다면, 껌값이나 비슷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글을 본 필자 역시 올린 바 있다. 본인은, 노무현에 대해 부패적 사안보다는 친북적 사안에 의해 그가 기소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이었다. 부패란 사안으로 걸면, 오히려 보수가 지지하던 군사정부 시절의 부패가 훨씬 그보다 크기 때문이다. 자기 눈의 들보는 안 빼면서 남의 눈의 티끌은 빼려 든다는 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없도록 하자는 그것이었고, 딱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노사모들이 알아야 할 것은, 과거 군사정권이 어떻다 하든간에, 검찰이 인지한 이상, 검찰은 그것이 껌값이든, 눈의 티끌 수준에 불과하든, 수사를 펼쳐가야 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검찰이나 대통령이 보아주거나 피하게 해줄 하등의 명분 조차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 수사를 당하였다는 이유 하나로(?), 피수사자가 자살해버리고, 동시에 그와 연관된 돈을 수수한 혐의가 농후한 자녀들과 측근들의 수사도 일거에 중단되어 버린다면,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대통령의 자살로 인해 누구가 이득을 보았나, 우리는 이제 냉정하게 고찰해야 한다라고 본다. 그것이 이 나라의 기강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을 믿고 따르고 있는가 ? 본 필자 역시 글 몇개를 잘못 쓴 죄로 경찰에 불려다니고 검찰에 조사 받으며 곤욕을 치르고 지금도 치르는 중에 있다. 허면, 본 필자도 자살해 버린다면, 노사모들이 나를 위해 울까 ? 천만에 라고 본다.

    곧, 지금 노사모들이 보이는 행태란, 노무현의 불우 때문에 분노함이 아니라, 저희들의 주군을 "감히" 건드렸나, 그래서 저희 주군이 '죽게까지' 만들었나 에 대한 분노다.

    그들의 주군은 성역불가침인가 ? 헌법 위의 존재인가 ? 영구히 ? 죽는 날까지 ? 우리들은 누구나 다 대한민국의 법 아래 산다. 이것은 보험과도 같다. 절대 다수의 안전을 위한. 헌데 누군가 보험사고를 위장하여 거액의 이득금을 가로채어간다면, 다른 숱한 다수가 그 피해를 보는 수 밖에 없다.

    노무현 전직대통령은 '자살'이란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지금 거액의 이득을 벌은 것이나 다름 아니다. 어떤 거액인가 ?

    첫째는 검찰,경찰의 수사, 처벌에서 자기 측근들, 가족들을 일거에 해방시키는 이득을 벌었다. 바라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검찰, 경찰의 결정은 노사모들로 하여금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헌법과 법적 질서를 깔보는 결과를 빚고 있다.

    그들 중 누구 하나나 그 수사를 중단해주었다 하여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 있는가 ? 이 점이 다수 국민들을 분개하게 한다.

    만약, 그런 논리가 옳다면, - 누가 자살했다 하여 주변 혐의자들까지 죄 풀어주고 수사와 처벌이 중지되어야 한다 라면 - , 고 안재환의 거액의 사채 역시, 그가 자살했을 시점을 기준하여 전부 탕감되어져야 한다.

    곧, 지금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이 사회에 자살을 하면 이득을 본다 라는 생생한 현시를 국민들에게 보이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옥의 사자가 이 나라에 임함인가 ? 자살을 부추기는 ?

    둘째는 노사모들의 분노를 합리화시키고, 다른 국민보다 노사모를 더욱 월권적 존재로 만들고 있음이다.

    지금 다수 국민들은 노무현 자살을 애도하기 보다, 빈정거리는 풍토가 더 많다. 그깟 경찰 조사 하나 견디지 못한 연약한 정신으로 대통령까지 했나 는 개탄들이다.

    헌데, 현재의 언론과 방송 보도들은 그런 시각은 일절 외면한 채, 노무현의 자살을 미화하고, 노사모들은 의로운 집단인 양 호도하면서, 나아가 현 정부와 헌법, 법적 질서를 바로 세우려던 검찰과 경찰은 우스개로 심지어 생사람잡은 잔인한 집단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껏 이 나라에 얼마나 온갖 설움, 온갖 어려움이 많았던가 ? 굶주려 죽을 즈음, 억울한 옥살이, 억울한 고문, 누명, 실직, 전쟁고아 등 고통과 수모와 진실이 짓밟히는 아픔, 뼈저린 수난 속에서도 절대 다수 국민들은, 매일같이 자살하고픈 욕구에 시달리면서도, 끝끝내 버티고 버티어 오늘의 이 나라를 일구어 내었다.

    그렇다. 우리는 자살하지 않고 버티어, 살아남은 자들이다. 이것이 우리 국민이고 우리 대한민국이다.

    헌데, 고작한 경찰 조사 하나로, 고작한 검찰의 몰아치기(?) - 진정 그들이 몰아친 것도 아님에도, 고문도 하지 않았다. - 하나로, 자살해 버린 전직 대통령 하나를 위해 이리 전국적으로 애도를 반강제하다니. 이것은 무식의 극치이다.

    이리 되면, 이 나라에는 앞으로 살아 버티려는 사람들보단, 자살하려는 자살의지자들이 더욱 속출하고 더욱 많아질 것이다.

    자살을 미화하지 말라. 자살로 인해, 얻는 이득이 없어지게 하라. 이것이 본 필자의 요구다. 자살은 어리석은 선택이며, 나아가, 만약 이 나라 이 고난 많은 땅에 살던 우리 친지들, 우리 국민들이 전부 걸핏하면 자살에로 머리를 디밀었다면, - 죽어버린 노통처럼 - 이 나라는 오늘의 현재는 없었을 것이다.

    부모들이여, 자녀들을 위하여 절대 자살하지 말지어다. 자녀들이여,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은 너희 부모를 존경할 지어다. 지금 노사모들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은 자기 부모들을 욕뵈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밖에, 저희가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

    일개 자살자에게 국민장까지 치루어줌은, 지금도 자살하고파도 자살하지 않으며 생어거지로 버티어가며 주님께 기도하며 죽기살기로 기운 쓰며 자녀와 부모와 나라를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생을 그래도 아름답게 고상하게 가꾸어 가려는 무수한 숱하고 숱한 민초들의 삶을 욕보이는 짓이나 같다. 기가 막힌 나라 현실이다. 이 나라가 어디까지 절망하려고 이러는가 ?

    2009.5.26. 파아란 한은경.
    http://cafe.daum.net/paaranhome